보고 싶었고 너무도 만나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었고 그래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늘, 언제나, 그리워했었다고. 그저 웃는 얼굴이 얼마나 예뻤는지 다시금 두 눈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은 점점이 공중으로 사라져가고 말을 잃어버린 입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 말보다 더 값진 체온을 전할 뿐. ― 처음으로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이 충동적인 살인의 이유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던 한 시간이었다. 그저 그 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당신을 죽이지 않고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응어리지고 응어리진 마음이 얼어붙어 수십 번도 넘게 심호흡을 하면서 괜찮아, 당신 따위의 사람 때문에 내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하고 되뇌이며 간신히- 간신히- 버티어 냈다.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
날씨가 너무 좋아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 들고 홀로 학교 산책을 나섰습니다 :-) ♡... 바람은 제법 쌀쌀하긴 했지만 비바람에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과 따사로운 햇볕이 주는 유혹이 너무 강하더라구요...ㅠㅠ 덕분에 가을 사진 하나 못 남기나 했더니 그래도 이렇게 11월에 뭐라도 하나 남기고 가네요 ㅎㅎ.. 저는 분명 4시 국정개 영화감상을 위해 83동 강의실을 가기 위해, 3시 반에 카메라를 들고 기숙사를 나섰는데 어째서인지 강의실에 도착하니까 벌써 5시네요... 어라? ㅋㅋㅋ 제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ㅋㅋ 30분이면 갈 줄 알았는데 이동시간은 제외하더라도 한 시간은 대체 어디로 몽땅 사라져버린건지 ㅠㅠㅋ 그래도 이렇게 사진 찍고 다녔더니 오늘 괜히 기분이 좋네요 :-D 국..
언제그랬냐는 듯이 낙엽은 다지고 어느새 겨울이 되어버렸다. 눈이 내리고,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감싸는 조금은 쓸쓸한 계절이... 문득 디카를 꺼내보다 10월에 찍었던, 아직 지우지 않은 가을사진을 발견했다. 10월 28일. 그때는 이렇게 노란색, 빨간색의 단풍잎들이 있었구나.. 학예회가 있던 날, 학교에 들고가 찰칵, 내 디카속에 담겨진 시간 하나. 가을이었구나, 이렇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어 나도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이젠 포근한 그 풍경은 사라지고 외로이 가지만 남아있는데, 이렇게 가을이구나, 이 작은 한장의 사진속 시간은.. ... 길 아래에, 얌전히 쌓여가는 은행잎들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이렇기에 내가 가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포근한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그마한..
어렸을 적, 일기장을 뒤적거려 보다 문득 외갓집이란 제목의 글을 보았다. 외갓집... 예전부터 기억에 남아있던 것과, 새로이 새겨진 또다른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떠오르는 건 밤나무 거리와, 그곳에서 사촌동생들, 오빠와 함께 밤송이 속 밤을 깠던 기억들.. 오빠는 기다란 막대로 나무가지를 두드리고, 우리들은 밑에서 그것을 줍고.. 따가운 밤송이 안에 든 밤을 꺼내기 위해, 발로서 요리조리 밟아 잠자는 밤을 깨운다. 아하하.. 단지 즐겁고 기쁘기만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들.. 그 추억들로 살아가고 있다.. 그 추억들로 나는 이렇게 자라났다. 이번 추석때, 이젠 혼자되신 외할머니께 가는 길에, 왜 그렇게 슬프고 눈물만 나오던지.. 3년전 흘리지 못한 눈물을, 외할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연한 이치라는 듯이.. 그렇게 갑자기, 가을의 모습이 눈앞에 비치기 시작했다. 동화속 한장면처럼, 그림속 풍경처럼, 우유빛 구름들과 은은한 하늘.. 그 하늘속에 나뒹굴고 싶을만큼 너무도 이쁜 그 하늘과 함께, 주위엔 그들만의 색으로 점차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그와함께 떨어져가는 낙엽의 마지막 흔적들.. 그 흔적들이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 손짓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쩌면 그들 특유의 미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가만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자취를, 쓸쓸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그들의 흔적을.. 도서관 가는길에, 다른 나무들보다 너무 일찍 물들어버린 은행잎들.. 새삼 가을이라는 생각에, 노란빛이 한층더 짙어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