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태양을 곧바로 직시하는 것은 눈과 마찬가지로 렌즈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쩌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보는 해질녘 노을이 너무나 눈부셔서 잠시 멈추어 찰칵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누구와 함께 길을 걸었고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고 하는 것들이 잠시 사진에 담기고, 문득 돌아보았을 때 빛바랜 사진처럼 보얗게 서려있는 추억이란 녀석이 남아 있었다. 어디를 향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이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라 살폿 웃었다. 그래, 예전에 친구와 둘이서 문득 여행을 떠났을 때 장소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함께한다는 추억만이 사진의 매체를 통해 남겨지는 법이었으니까.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Yunee:/By.Heart
2010. 4. 6.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