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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은유니 2006. 11. 11. 00:57

[행복]






어렴풋이 귓가에 속삭이는 노랫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와, 볼에 와 닿는 부드러운 머릿결. 언제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초록색의 투명한 멜로디-, 그리고 문득 기억의 파편이 겹친 듯 떠오르는 한마디.

‘잘 자거라..’

문득 소년은 눈을 떴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익숙한…. 잠결에 떠오른 것이지만 왠지 아련히 심장을 적셔서 오히려 꿈속에서 깨고 말았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그러나 잠들기 전의 그림자로 뒤엉킨 마음은 그 목소리에 젖어 어느새 어둠은 사라져 있었고, 그저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꿈을 꿨니?”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대부가 소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으응..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포근하고 아련한..”

그렇구나, 하고 대부는 헝클어진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머리를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 짙은 검은색 머리는, 마치 울고 있는 듯 자그맣게 흔들렸다.

“좀 더 잘래?”

대부의 물음에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그 노랫소리에 따스해진 마음으로, 그의 품안에서 꿈도 꾸지 않고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작은 아이마냥 그렇게 소년은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소년의 머리위로 별이 내리고 있었다.

‘잘 자거라.. 그 작은 세계에서 부디 좋은 꿈을 꾸길..’


“그 당시 마법부 장관이었던 레이어드는 ‘마법 동물 관리본부’에게 일컬어…”

마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빈스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든 책을 읽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이 시작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하품을 하며 졸고 있다는 사실을 빈스 교수는 알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다른 여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하품을 하며 살짝 눈물을 훔치고 있는 헝클어진 검은 머리의 소년이 마법의 역사 교과서 옆 여백에 살짝이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L.E..’

무슨 뜻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소년은 무언가 열심히 고민을 하는듯한 얼굴로 깃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 옆에는 그런 소년의 행동에 킬킬거리며 웃고 있는 검은 머리를 눈 위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소년과, 연한 갈색 머리의 약간 창백한 얼굴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자신만큼은 수업을 들어야 되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책에 집중하는 소년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 소년은 헝클어진 머리의 소년이 L.E라고 적어놓은 낙서 옆에 또 다른 글자를 추가해 넣었다.

‘L.E ♡ J.P’

소년은 안 그래도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북북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뺨을 선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런 친구를 보며 낙서에 같이 동참한 소년은 피식 웃으며 자그맣게 말했다.

“이봐, 제임스. 나도 그런 건 이미 10살 이전에 뗐다구.”

제임스라 불린, 여전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소년은 쳇, 하고서 웃어버리고 만다.

“그러는 시리우스 너는 그 이엔느라는 여자애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그렇게 모르는 척 하고 시치미 떼냐. 아직도 열다섯 살 인가봐.”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 시리우스란 소년은 ‘그런 장난은 이제 그만뒀어.’라며 투덜거렸다. 그런 소년을 보고 제임스는 씨익 웃어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책에 집중하고 있던 리무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둘을 향해 말했다.

“이봐, 제임스, 시리우스. 우리 N.E.W.T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알고서 그러고 있는 거야? 이젠 제발 스스로 공부 좀 해봐.”

리무스의 그런 말에 시리우스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어- 리무스. 우리가 이번 변신술 연습을 도와주는 대가로 저 지겨운 빈스 교수님의 수업 필기랑 숙제는 보여주기로 한거 아니었던가?”

“그, 그건 불공정 거래야! 너희들은 애니마구스니까 변신술 연습쯤은 도와줘도 되잖아.”

“리무스 너한테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한번만 봐줘라.”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시리우스의 모습에 리무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이내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결국 마법 동물 관리 본부는 레이어드 장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으며, 그에 따라 많은 비마법 동물들이 피해를 보았고, 머글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 커다란 논란이 생겨나게 되었다…”

제임스는 멍하니 자신의 깃펜 끝을 바라보다 문득 눈을 반짝이더니 새로운 글을 적어나갔다.

‘12월 18일.’


“뭘 하면 좋을까?”

제임스의 뜬금없는 질문에 호박파이를 한입 베어 물던 시리우스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뭐 아는바 있냐는 듯 리무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리무스 또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질문을 던진 당사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무엇을?”

제임스는 스스로도 그런 말을 꺼낸 게 당황스러운 듯 말을 얼버무렸다.

“으음.. 그러니까 말이야.. 으음..”

그런 제임스의 태도에 답답한 듯 시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에 있던 호박파이를 꿀꺽 삼키더니 역시나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뭔데 그래, 도대체. 혹시 보바통의 어느 아리따운 여인이 연애편지라도 보내셨냐?”

“아, 아냐!”

시리우스의 장난에 질렸다는 듯 리무스가 재차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으음..”

망설이는 듯한 태도. 그렇게 한참을 혼자 잠자코 있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좀 있으면 에반스의 생일이란 말이야…”

‘에반스’라는 말에 둘은 흐응- 하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제임스는 그녀 앞에서는 10살짜리 꼬마애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론 여러 번 외출-데이트를 신청하긴 했지만 한번도 같이 가준 적이 없었고, 7학년이 되고서는 그것마저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릴리 에반스.

제임스의 진심을 모두 바친 단 한 사람.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응? 이번 생일에 무언가를 해서, 크리스마스 때의 호그스미드 외출은 에반스와 함께 가고 싶다구..”

제임스는 그 답지 않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포근한 밤색 눈동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런 제임스의 진심어린 말에 시리우스도 장난기를 없애고서 같이 고민을 했다. 호그와트에서의 7학년 마지막 생일이다. 이번을 놓친다면 기회는 아마 다시오기 힘들 것이다.

“릴리(Lily).”

갑자기 리무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릴리?”

“응, 이름이 릴리니까. 백합꽃을 선물하는 게 어떨까.”

리무스의 제안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거 같아! 아, 그렇지만 백합은 5~6월에 피는 꽃 아냐?”

난감하다는 듯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그리고 꽃은 너무 평범한 것 같아’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오직 자신이어야만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역시 그런가… 글쎄, 시리우스 네 생각은 어때?”

리무스의 질문에 시리우스는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그 역시도 딱히 특별한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았던 것이다.

그때 제임스가 문득 ‘아’ 하고 소리쳤다. 그의 머리 속으로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그 날 이후 제임스는 오후의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졌고, 저녁시간이 끝나기 조금 전에야 다시 그들 곁에 나타나곤 했다.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저 그 특유의 자신만만한 웃음을 씨익-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질 않았다.

겨울이 다가오기가 무섭게 날씨는 더욱더 차갑게 식어갔다. 짙은 푸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은 이내 깨질 듯이 투명하게 변해갔고, 호그와트 성 주변이 눈으로 뒤덮여 있는 날이 대다수였다. 그런 날씨에 학생들은 밖으로 나가길 꺼려했고, 덩달아 퀴디치 팀의 연습도 어려워져갔다. 그리고 특히나 입김조차도 얼려 버릴 듯 싸늘한 지하에서의 수업시간엔 N.E.W.T 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추위에서도 제임스는 항상 오후 수업이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졌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어느새, 에반스의 생일이 되었다.


그날 아침부터 릴리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주위 친구로부터 축하의 선물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향해있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여느 때보다 더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했고, 그녀의 주위엔 늘 밝은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그에 비해 제임스는 아직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듯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힘내서 집중하려 하던 수업도 듣지 않고서, 혼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며 깃펜을 들고 양피지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도대체 뭘 준비하고 있기에 안달복달이야? 오늘이 생일인데 아직 선물 주지 않은 거야?”

옆에 있던 시리우스가 두고 못 보겠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제임스는 그런 시리우스를 향해 씁쓸한 미소만 살짝 지었을 뿐 달리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거야? 우리에게는 말도 안 해주고..”

리무스마저 궁금하다는 듯 그렇게 물어왔다.

제임스는 혼자서 멍하니 생각하더니 살짝 한숨을 쉬었다.

“글쎄, 무언가는 되지 않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뭐 도와줄 건 없어?”

시리우스와 리무스가 함께 그렇게 물어왔다. 제임스는 생각에 빠져있더니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평소의 예의 그 미소를 지었다.

“한가지, 있긴 있는데 말이야-…”


저쪽에서 포터 삼인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연히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릴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루핀은 같은 반장이면서 어째서 쟤네들을 말리지 않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설레설레 고개를 젓던 그녀는 문득 요즘 들어 저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생각에 혼자 얼굴을 연하게 물들었다. 4~5학년 때부터 늘 옆에 붙어 다니며 이것저것 말을 걸고 장난을 쳐왔던 제임스였다. 그러나 왠지 7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특별히 장난을 걸지도 않았고, 예전처럼 히죽거리며 철없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철없는 어릴 때의 그는 장난이 심했기에 건방진 그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특별히 ‘싫어한다’라는 느낌보다는 저런 모습은 보기 싫다, 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요즘 자신에게 말이 없어진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조금은 섭섭했다.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바보같이 아무것도 아닌데도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나 버린 것일까. 릴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아니다, 그녀는 그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침에, 자신의 침대 한 편에 한가득 쌓여있는 선물을 보며 릴리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생일 축하해, 에반스 !’

‘릴리, 열일곱 살이 된 것을 축하해, 이제 성인이구나!’

자신을 향한 여러 마음들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그 선물들을 품에 안고서 따스한 그 마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문득,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릴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뭘 바라는 거야, 릴리 에반스. 이들의 마음이면 충분하잖아…”

점점 작아지다 이내 사그라지고 마는 목소리에 조그만 쓸쓸함의 조각이 스며있었다.


“에반스!”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릴리는 《상급 마법약 1000》이라는 책을 덮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쁜 숨을 내쉬는 리무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 걸까, 순간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릴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루핀?”

하아, 하아 하고 숨을 고르더니 리무스는 이내 심각한 말투로 말했다.

“제임스가, 제임스가 혼자서 어둠의 숲으로 들어갔어! 우리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가버렸다니까! 그 자식, 요즘 어느 때인데, 혼자서 거길 간 건지..”

“무, 무슨 일인거야.. 응? 루핀 너는, 블랙은?”

“…나, 난 안돼.. 난 지금.. 오늘은 만월이니까.. 조금만 있으면..”

릴리는 그 말을 이내 알아들었다. 리무스가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난감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요즈음의 어둠의 숲엔 위험요소가 많았다. 볼드모트 경의 세력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졸업반 학생들 중 몇몇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그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해 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이었기에 어둠의 숲 또한 온갖 생물들이 살아가는 위험이 가득한 시기였다.

릴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주변이 어두워져 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밤이 옷깃을 스칠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리무스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더니 ‘부탁해’ 라는 말을 남기고서 급히 그린핀도르 성을 뛰쳐나갔다. 달이 떠오르기 얼마 전이었다. 그리고 시리우스 또한 그런 리무스와 함께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어둠의 숲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제발.. 제발..’

릴리는 그렇게 기도하며 한참을 뛰었다. 그가 어디쯤 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가봤자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제임스..’

부스럭. 릴리는 어느새 어둠의 숲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주위는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고 불안한 침묵이 그녀의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짐승들의 소리가 들려왔고, ‘아우우-’ 하는 늑대의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그러나 릴리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걱정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제임스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만이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약하게, 그러나 그녀의 귀에 선명하게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아닌 다른 존재의 소리가 들려왔다. 릴리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어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묘한 기분에 릴리는 문득 공포가 엄습했고, 다시 뒤돌아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스락 바스락.

또다시 들려오는 소리. 공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릴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아.. 하아..”

누군가의 숨소리. 릴리는 주변을 살피다가 머리를 휘휘 흔들더니 ‘루모스!’하고 외쳤다. 저 멀리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제, 제임스 !!”

릴리는 그렇게 외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여기저기에 잔 상처가 있었다. 무언가와 싸운 듯한 흔적들과, 가지에 찢겨진 듯한 자국.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무, 무슨 일인거야, 응? 아무 일도 없었어? 이곳엔 왜 온 거야, 그것도 혼자서!”

“-쿨럭- 그, 그러는 에반스 너야 말로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나야.. 네가 걱정되니까!”

릴리는 걱정이 가득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바보..”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웃어버리고 만다. 자신을 걱정해주었다는 말이 고마워서, 그리고 또한 미안해서..

“여기엔 왜 온 거야 도대체.. 응?”

릴리의 걱정스러운 말투에도 제임스는 그저 씨익 웃더니 릴리의 손을 이끌고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어느 쪽으로 가는지도 모르게 릴리는 그의 손에 이끌려 한참을 뛰었다.

“뭐, 뭐야!”

“괜찮으니까, 잠시만 따라와봐.”

제임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한참을 뛰었다.


“자, 여기..”

제임스가 릴리를 데려간 그 곳엔 푸른 달빛을 반사하며 투명하고 은은한 빛을 반짝이고 있는 백합꽃이 있었다. 마치 계절을 앞서나가는 듯한, 따스하고도 포근한 모습을 하고서 백합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릴리는 할말을 잃었다. 무엇일까. 왠지 모르게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준비한 것일까? 그것도 위험을 무릅쓰고서..

“이, 이게 다 뭐야...”

“릴리(Lily).. 너를 위한 생일선물..”

“백합꽃..”

릴리의 볼을 타고 따스한 눈물이 흘렀다.

“늦어서 미안해.. 그렇지만 오늘에서야 피었거든.. 헤헷.”

그렇게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 제임스의 얼굴엔 순수한 미소가 걸렸다.

“바보... 왜 이렇게 까지..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

“릴리. 나의 릴리(Lily, my lily).. 그냥 그렇게 있어주어서 고마워. 나에게 좋아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서 고마워. 언제나 따스한 웃음을 보내줘서 고마워..”

“..바보.... 고마울 게 뭐있어..”

“으응, 아니..”

제임스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릴리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달빛의 노래를 자그맣게 속삭였다.

“사랑해..”



고드릭 골짜기의 겨울은 유난히 빨리 왔다. 이제 겨우 10월 후반을 달려가고 있을 뿐인데도 어느새 주위에는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고, 벽난로의 따스한 불빛에 기대어 마냥 그러고 있고 싶은 마음에 제임스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다시 겨울이다. 이제 한살을 겨우 넘긴 그녀를 닮은 에메랄드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따스하고도 포근한, 언제나 그렇게 모든 것을 감싸 안을 듯한 그런 포근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해리가 릴리의 눈동자를 닮자 제임스는 뛰는 듯이 기뻤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해리가 자라기에 힘들더라 하더라도 단지 그렇게 자신의 곁에서 웃어주는 그 눈이 있어 무엇이든 견딜 수 있었다.

문득 그는 예전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던 그때가 떠올라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릴리는 여전히 모르고 있지만, 리무스가 릴리에게 급히 뛰어온 것, 시리우스와 함께 사라진 것 모두가 실은 제임스 그가 생각해낸 작전이었던 것이다. 사실 보름은 그 전날이었고, 그들은 제임스의 건투를 빌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앉아 웃고 있었다.

해리는 제임스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졸린 듯 눈을 감고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마치 세상 그 모든 어둠을 가라앉힐 듯 평화롭고 고요한 표정으로.

릴리는 부엌에서 저녁 설거지를 끝내더니 제임스의 곁에 와 따스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얼핏 잠이 들다 깨어난 해리가 보채자 그를 품에 안고서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제임스도 그런 릴리를 따라 자그맣게 노랫소리를 속삭였다.

포터 부부의 자그마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해리는 잠이 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그저 그렇게 가만히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 목소리를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그렇게 온 세계의 평화를 가져다 줄 듯한 그런 따스한 표정으로.

“잘 자거라.. 그 작은 세계에서 부디 좋은 꿈을 꾸길..”






오늘 시험 끝나자마자 이거 쓰느라 바빴습니다...
분량은 무려 A4 여섯장 하고도 반..
아니 나도 이렇게 길게 쓰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오랫만에 잡아본 해리포터 소설이라 뭔가 기분이 묘했습니다 ;ㅅ;
이건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
이지만 처음 써보는 제릴에, 10일까지가 마감일이라
막 정신없이 쓴거라 뒷부분에 가면 갈수록 정성이 없어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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