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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타로 릴레이. Pendant [펜던트] 01 From . 타로





"냉랭해."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하긴 하지."

"그게 아니라."

율은 한숨을 폭 내쉬며 창 밖을 내다봤다. 볼 것도 없는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 짝꿍에 아랑곳 않고, 율은 승혁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도 편하게 지내왔던 사이라 이런 냉전 상태가 어색했다.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 한들 이런 느낌이 들소냐.

"율. 너 임마, 요즘 고민 있어 보인다."

"하아아, 신경 쓰지 마."

율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 엎어졌다. 고개를 책상에 파묻고 있자니 한결 나은 느낌이었다. 적어도 같은 반, 뒷자리인 녀석과의 시선 처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았다. 등 뒤로 승혁이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신경성일 터였다. 관심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승혁의 성격을, 율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하지만 뭐가 그렇게 화난건지, 수업이 끝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오래된 친구인데도 승혁의 최근 태도는 아리송했다. 말을 걸었을 때 대답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표정이 그렇게 차가운지 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승혁의 태도는 표정, 심지어 손짓 하나하나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최근의 녀석이 그렇듯, 이 쪽에서는 말을 걸었을 때의 반응을 지레 짐작해 말도 못 붙여본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모두 조금 후면 기말이니까 공부 좀 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라. 종례는 없다."

"야호! 주말이다. 그럼 기운 좀 차리고 나중에 보자 율!"

"그래, 얼른 얼른 가버려."

우르르 몰려나가는 아이들과 휩쓸려 뛰어가는 짝꿍을 보며 율은 지쳤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뒷자리에서도 의자가 드르륵 밀리는 소리가 들리자, 율은 일어서려는 승혁의 팔을 붙잡았다.

"류승혁. 너 요즘 왜 그러냐?"

그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승혁은 예의 그 무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뭐가?"

"왜 갑자기 서먹하게 구냐고."

"글쎄. 별로."

율은 부아가 치밀어서 승혁의 멱살을 잡았다. 애써 용기 내어 말을 꺼냈는데, '글쎄. 별로.' 따위의 말이나 하다니 화가 났다. 주먹을 들어 녀석의 얼굴로 날리려고 했는데, 주먹이 나가는 순간마저도 승혁이 미동도 하지 않자 율은 옅은 한숨을 쉬며 주먹을 내렸다. 지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친구가 아닌 거냐?"

"뭐?"

"때도 입시 때겠다. 학기 말이겠다. 진학할 고등학교도 달라서 곧 헤어질 테니까, 이젠 친구도 아닌 거냐고!"

율은 승혁을 바라봤다. 승혁은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메더니 한 마디만 툭 내뱉고 교실을 나갔다.

"그런 거 아냐."

…그럼. 그럼 도대체 뭔데.

율은 승혁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작게 중얼거리며,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고등학교도 다를 테니까 이젠 친구도 아니라…….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인데 후회스러웠다. 심장이, 아팠다.


"다녀왔습니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밖은 12월도 채 되지 않은 채로 얼음장에 담긴 것처럼 파아란 겨울이었다. 밝아야 할 시간인데 벌써부터 어둠이 얕게 깔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분명 뺨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곳에서 따뜻한 장소로 들어왔는데, 율은 따뜻하긴 커녕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다 류승혁 때문이야. 나쁜 자식."

율은 풀석 소파에 앉다가 문득 오늘은 '그것'을 학교에 가져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그걸 가져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문득 어렸을 때의 추억의 잔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환하게 맑고 높푸르면서 청명했던 가을 하늘이…….


정오까지 율은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아침에 엄마에게 매우 혼났기 때문에, 늘 가던 코스모스 들판으로 달렸다. 마치 햇빛에 은은하게 흔들리는 코스모스에 요정이 앉아 인사할 것만 같았던 들판. 그곳을 발견했을 때, 율은 메리 레녹스라는 작은 소녀가 비밀의 화원을 발견했을 때의 그 조심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요정의 들판에는 기껏해야 또래의 나이밖에 안되어 보이는 소년이 서있었다.

「야. 너 여기 왜있어? 여긴 내 비밀의 정원인데.」

「여긴 정원이 아니라 들판이잖아.」

「바보야! 여긴 내 요정의 들판이라고.」

소년은 무표정에서 시원한 웃음을 띠며 작고 하얀 손으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그럼, 이것도 네 거야?」

막 번데기 고치에서 날개를 편 듯한 아름다운 나비 모양의 펜던트는, 정확히 반 조각으로 나눠져 있었다. 소년의 솔직한 눈매, 부드러운 햇살, 그리고 펜던트의 반짝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비밀의 정원의 요정 같아 보여서, 감히 거짓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율이 고개를 젓자 소년이 반 조각 하나를 내밀었다.

「그럼 하나는 너 가져. 둘의 정원으로 하자. 친구할래?」

「…응.」

어떤 주문이었는지는 몰랐지만 굉장히 따뜻한 마법이었다. 펜던트의 반 조각을 전해 받을 때의 그 온기를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며, 율은 아직 덜 식은 온기가 남아있는 펜던트 조각을 꼭 쥐었다.


"어, 없다"

율은 가방을 뒤지다가 찾으려는 것이 보이지 않자 가방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그래도 안 되자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졌다. 승혁이 어렸을 때 준 소중한. 소중한 것이.

율은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충격이 가시질 않는 듯한 얼굴로 되풀이했다.

"…없어졌어!"

승혁은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서서히 해 지고 있는 창 밖을 흘끗 바라보았다. 아까만 해도 파랬는데 어둠이 깔리는 속도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초겨울.'

율의 그 상실감이 깃든 표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서, 바보 같은 한마디나 남겨놓고 와버렸다. 문득 그 표정이 다시 되살아나 쓸쓸해졌다. 곧 2달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지나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바쁠 터였다. 승혁은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율과는 달리,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승혁인 나랑 항상 같이 놀면서 왜 항상 나보다 잘하는 거야!'라고 율이 불만을 털어놓던 때도 있었지만, 사실 부모님의 영향으로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도 으레 있곤 했으니까 당연한 얘기였다.

「이제 곧 헤어질 테니까, 친구가 아닌 거냐?」

그런 거 아냐, 다시 한 번 되뇌었다. 내가 당연히 잘 해낼 거라는 부모님의 기대와, 성적 차이로 다른 곳으로 진학할 녀석 때문에 생각이 많을 뿐이었다. 승혁은 자신이 어느새 입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놨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곧 행동을 멈췄다. 입 속으로 쓴 혈향이 퍼졌다.

'혼란스러운 건가.'

어렸을 때 알았지만, 승혁과 율은 둘 다 외동아들이었다. 그래서 서로 늘 함께, 형제보다 더 친하게 지냈었다. 둘은 지금도 옛날처럼 좋은 친구였다. 그래서 더더욱, 헤어질 때의 그 아픔이 예상되어 믿기가 싫어졌다. 내가 나아갈 이 길이, 나와는 다른 길로 틀어져버릴 너의 길이 두려웠다. 그 길은 어쩌면, 영영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이 아닐까 해서 두려웠다.

율이 했던 그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 네 외로움은 내가 가질 테니까, 내 외로움은 네가 가져. 서로의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자신만만하고 순진한 그 어린 소년의 웃음에 '좋은 녀석이구나'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 시간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의 쾌활함에 물들지 않으려 오히려 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겁쟁이.'

승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생각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율 네 전화번호를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면서, 여전히 키보드를 타닥거렸다. 갑자기 묘한 창이 떠서 이름을 쓰고 클릭 하는 동시에 전화기 속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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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승 혁님의 성분 분석 운세 결과
류 승 혁 의 82% (은)는 말길로 구성됩니다.
류 승 혁 의 18% (은)는 중흉으로 구성됩니다.

럭키 아이템은 [바보 그리고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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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율입니다! 지금은 외출 중이니까 용건은 음성 사서함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왜일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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