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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느냐고. 물론 다르다.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난 적어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새장 밖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장 밖의 충만한 행복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새장 안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제발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며칠 즈음에 또 아버지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대학 이야기가 나와서, 최고가 아니라 유일이고 싶다고, 나는 굳이 서울대에 가고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래도 예전보다는 어느정도 수긍해주셔서 조금은 기뻤습니다. 으하하.. 그래도 뭐 솔직히 털어놓지는 못하겠으니까, 그냥 다시 꾹꾹 참으렵니다. 고등학교 와서 성적도 올랐고, 그래서 다들 기대하고 있어서, 기대한 만큼은 하고 싶지만 나의 한계는 내가 제일 직시하고 있으니까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열정을 공부에 쏟아 부을 만큼의 정성을 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난 주에 또 간만에 모의고사를 보고, 으하하.. 외국어 한번 잘나왔다고 좀 막장이었나 보죠, 점수 왜 이따구야 ㅠㅠㅠㅠ 한국지리가 저를 배신해씁니다.


일단은, 내 심장이 뛰는 곳을 향해서, 내 마음을 모두 바칠 수 있는 것을 향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떨려하지 않고 위축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당당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진심을 다해 즐길 수 있는 곳을 향해서 가고 싶습니다. 뭐 어쨌든 지금은 그것을 위해서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할 때이기도 하니까. 열번을 물어서 그것 밖에는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가라고 하셨지만, 물론 저는 아직 서툴고 어색해서 확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좋아서 죽겠는 걸 어떻게 바꿀 수가 없잖아요?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렇게 헛된 말만 내뱉고 싶지 않으니까, 원하서 하는 일로, 하고 싶은 일로, 모든 신중을 다 기한 선택을 내리려구요. 그래서, 지금동안의 열정도,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것도 남들 앞에서 비웃음 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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