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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Etugen

오랜만에 에투겐..

은유니 2009. 10. 1. 22:51

... 이긴 한데, 근 일년이 넘은 뒤에 나온 미션을 시험기간이라 놓쳤습니다 TAT 흐끅, 하지만 오늘까지 시험이었는데 차마 글을 쓰고 앉아있을 정신은 안 되길래... 앞으로 몇달 안 남았는데 수능 끝나고 달리려면 얼마 못하겠죠.. 그게 좀 고민이긴한데, 그래도 으으 짬짬이 선착하고 하는 거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1:시그마님께 드린 선착.

탁, 탁, 탁. 빗방울에 맞닿는 발자욱 소리가 땅거미가 길게 늘어진 길을 걸었다. 멀찍이 앞에서 가는 두 그림자가 눈에 설었다. 물내음이 물씬 풍기는 늦여름이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두 눈을 가득 메우는 인영이 설픠 느껴지는. 옌씨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흐릿한 시야 사이로 소년은 말없이 물었다. 빗소리로 씌여진 장막은 소리를 잠 재우고, 소년은 잠자코 자신의 발자국을 내려다보았다. 진흙투성이로 물들어버린, 닳고 닳은 흔적만이 남은, 방울망울져 떨어지는 그 자취들이 닮아있다, 보내어주어야 할 늦여름의 자취가 상처에 덧대어져. 소년은 시선을 올려 그 설은 인영을 보았다.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 것 처럼. 그러나 그는 물길따라 흐르는 지평선 너머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구름과 같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 모르는 거지만... 갸웃하고 소년의 눈이 흔들렸다. 분명하지 않은 시야 사이로, 온통 주변에서 요동치는 소리 사이로. 이곳 순스로 떨어져 내리는 비들이, 저 길 너머에 이어져 있을 소금강으로 몰아쳐 돌아드는 그 순간 순간에- 여기에 있어. 그걸 생각해. 낮게 깔린 여름이, 대답한다. 자그맣게 웃으며. 그의 눈에서 소년은 문득 그 속에서 꺼내어진 듯한 옛 감정을 따끔따끔 느끼며, 생각했다. 여명과 같이 찰나의 순간이었을거라고.



2:이미지게임 중 로맨티스트 벌칙..

하늘가에 나아가는 빛이 뭉글거려 방금 전까지 땅을 적시던 가을 비의 습기가 길게 제 자취를 남겼다. 비가 그친 뒤에 부서져 내리는 햇살 아래 머무는 그 기운이 좋아, 뷰유는 빙글빙글 제자리에 몇 바퀴의 원을 그리며 돌았다. 늦더위가 가신 가을은 바스락거리는 낙엽마냥 폭신하고 아늑했다. 엇그제 돌아온 타와가 가르쳐 주었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노래하듯이 뷰유의 손이 풀잎 사이를 지나다닌다. 소녀의 귓등엔 어느새 꽃가지가 하나 맺혀 있었다. 사각사각 스치는 발소리. 뷰유는 흐름을 타면서 춤 추듯 반 바퀴를 돌고, 옌을 바라보며 바닷빛으로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길은 잘 다녀왔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결에 소금기가 느껴지는 건 소녀의 앳다운 미소 때문이었다. 옌 오빠 소매에 하얗게 메밀꽃빛이 물들어 있어요, 소금강에는 벌써 흐드러졌다던데 정말이에요? 길섶에 옹기종기 피어있던 하얀 빛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렸다.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소금꽃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는 것 같았어. 마르지 않는 강물을 따라, 쉼없이 흐르는 그 소금강이 발 아래춤에서 꽃물을 머금은 듯 했지. 밤빛 눈동자가 그의 말을 따라 반짝하고 빛났다. 순스에도 곧 갈바람이 꽃을 깨우겠죠? 타와의 노래를 따라, 옌 오빠가 가져 온 꽃물을 따라. 빙그르르, 뷰유의 춤이 지나는 꽃들이 탁!하고 벌어졌다. 와, 보셨어요? 제가 잠을 깨웠나봐요! 하늘거리는 옷깃이 꺄르르 웃었다. 계절을 맞이하는 뷰유의 미소였다. 옌이 날개짓하는 옷깃을 잡아, 소녀를 닮은 꽃잎사귀를 건네었다. 연갈색의 가을을 닮은 브로치를 보며, 잠시 뷰유의 눈이 커지고 이내 두 손 안에 꾸욱 나뭇조각을 쥐었다. 바다가 웃는다. 가을을 미리 가져다 주어서 고마워요, 하고. 바닷바람이 허공에 휘날리더니 하늘가에 가 앉았다.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3:짤막하게나마..

무언가를 잊지 못해서 그리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그것에 붙잡혀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망자들의 넋은 오직 위를 향해 올라갈 뿐, 지상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 법이건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 자신을 담아 흘려보내는 것은 역시나 사람의 한이겠지만은.,그러나 그렇게 흘려보내지 못하는 재는 이 곳에 남는 다는 걸 왜 쉬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는지. 그저 탈탈 털어버리고 다시 웃어보이며 뒤돌아서면 될 것을. 왜 그다지도 힘겹게 잿더미를 두 손 가득 쓸어모으고 있는 것인지. 시커멓게 묻어나오는 가슴에서 퍼낸 그 울음을 왜 다시금 담아넣으려 하고 있는 건가, 결국 모두 부질 없는 것을. 우리는 단지 이어져있는 길을 걸어가는 존재이고, 그리하여 '끝'이랄 것이 없는 여행을 지속해야 하는 생명의 한 줄기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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