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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Not …any more

은유니 2010. 9. 26. 04:35



그는 대뜸 만약 그렇게 한다면 너는 원망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어왔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 놓고는 대답할 것을 강요하는 그 순간이 너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가장 절실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왜 알지 못하는 척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음을 되뇌이는 것일까. 강한 척하는 목소리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 두려움이고 애절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 화난 듯 얼굴을 포장하고 대답한다.
어떻게 당신을 원망할 수가 있겠어요. 내가 어떻게 당신을 … 원망이나 할 수 있겠어요. 질문이 잘못 되었잖아요. 너는 나를 원망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떻게 가슴에 응어리지도록, 죽을 때까지 꾹 담아두고 싶도록 원망할 거라고 대답할 수 있겠냐는 말은 속으로 삼킨다. 쓸데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 지도 뻔히 알고 있으니까. 오랫동안 보아왔던 그였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럼 … 만약 그렇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아 줄래?
대답은 하지 않았다. 살짝,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반대의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분명이 말할 수 있었을까. 떠나고 남는 것이 그와 내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웃을 수 있었을까. 좋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떠했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지만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 또한 두려움과 애절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을 것이다.


…노력은 했을 것이다. 비록 절반에 그친 노력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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