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Etc/…ing

2012.05.29. 무제

은유니 2012. 6. 4. 03:05


  1.

  여느 때처럼 화방의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던 아침이었다. 어제 저녁 막스가 급히 아침까지 준비해달라고 미리 부탁해놓았던 화구들을 내놓던 빌리는 돌연 화방 문 옆에 꽂혀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낯선 지명과 기억에서 어렴풋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발신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엘리자베스 루이제 폰 바덴. 빌리는 그 이름을 입안에 몇 번 웅얼거려 보았지만 기억이 날 듯 말 듯 잘 떠오르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밀랍 봉인 문양과 편지봉투를 보건데 어느 귀족 집안의 부인인 것으로 보였지만, 도시 구석에서 화방이나 하고 있는 그가 그런 높으신 분을 알 리가 없었다. 가끔 지방 유산층의 의뢰를 받아서 초상화를 그리러 간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이들은 편지라는 고상하고 낡은 방법을 쓰기보다는 직접 사람을 보내는 쪽을 선호했다.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이내 추측하는 것을 포기하고, 서랍에서 나이프를 꺼내 편지를 뜯어보았다.

   ‘빌, 바덴 가를 찾은 프리드리히 씨에게서 오랜만에 당신의 이름을 들었어요.’

  이렇게 시작한 편지의 내용은 고풍스런 겉모습에 비해 생각보다 단순했다. 바덴 가의 저택을 찾은 한 신사께서 빌리가 살고 있는 퓌센에 일이 있어 왔다가 익숙한 화풍의 그림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빌리가 몇 해 전에 그려줬다는 한 노부인의 초상화였고, 작품 오른쪽 구석에 흘리듯 적혀 있던 ‘Will, Sep.28. Dietrich.’라는 글자를 보고서 그의 작품인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이미 이십여 년은 흐른 옛일이었기에 그저 추억처럼 간직하고만 있다가, 그렇게 우연히 그의 이름을 다시 듣고는 소식이 궁금해져 편지를 한다는 것이었다.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하는 문장으로 편지는 끝이 났다. 달리 추신도 없었다. 바덴 가에 대해 알 수 있는 다른 정보가 없었기에, 빌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편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뭐 십 수 년도 흐른 일이라니, 그리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겠지, 하며.


  “헤이, 빌. 어제 부탁한 건 준비해뒀나?”

  딸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건장한 남자가 한 명 들어섰다. 막시밀리안이었다.

  “아, 막스 자네군.”

  “그래, 이른 아침부터 미안하네. 아들놈이 무슨 그림을 그리겠다고 어젯밤부터 워낙에 매달려 대서 말이지. 나참,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만으로 충분히 많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가 그리려고 하는 건 또 달라서 물감이며 붓이며 따로 사야 한다고 난리지 않나.”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난했던 예전 시절 같았으면 재료를 따지며 그림을 그릴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겠지만, 요즈음이야 빌리가 그림을 배우던 때와는 시대도 많이 변했다. 원하는 그림의 상에 알맞은 재료가 따로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그걸 지불할 능력도 있는 이상 딱히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마침 자네가 부탁한 물건들을 내놓으려던 참이었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게나.”

  막스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집인 양 익숙하게 탁자 위에 걸터앉았다. 빌리는 다시 화구들 쪽으로 돌아와 부산스레 무언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막스네 아들 녀석은 철이 없는 편이었지만 화구에 대한 지식은 분명해서, 늘 이렇게 목록을 적어 빌리네 가게로 막스를 보내곤 했었다. 하나라도 빠트렸다간 아마 또 씩씩 화를 내며 오후에 다시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근데 이건 웬 사진인가?”

  “사진?”

  뜬금없는 질문에 상자를 꺼내 화구를 담다말고 빌리는 막스 쪽을 돌아보았다. 막스는 허락도 하지 않고 들춰본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탁자 위에 놓아두었던 편지봉투와 함께 사진 한 장을 흔들었다. 편지만 들어있는 줄 알았더니, 함께 동봉되어 온 사진이 있었나 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막스에게서 사진을 건네받았다. 사진 속에는 한 여성이 지친 듯 고개를 한쪽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엘리제.



  빌리는 불현 듯 자신이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리자베스 루이제 폰 바덴, 엘리제. 어떻게 그가 그녀의 이름을 잊을 수가 있었을까. 그 때로부터 이십 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분명 바덴 가의 저택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이미 그곳을 떠나온 지 오래였지만, 사진을 손에 쥔 순간 그는 스치듯 그녀의 모습과 함께 저택에서 바라본 풍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어떻게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렸던 그 모습을, 어떻게 지금껏 잊고 지내왔던 것일까.

  “자네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인가? 고상해 보이는데.”

  막스는 빌리의 침묵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퓌센에서 작은 화방이나 하고 있는, 요즈음 아들놈 때문에 얼굴이나 익히게 되었던 동네 친구 빌이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듯 했다. 빌리는 그저 작게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도 잊고 있었던 과거의 사람에 대해, 지금에 와 무엇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때 신세졌던 사람이라네. 한창 떠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에 잠시 묵었던 곳이었지.”

  지금이야 이렇게 작게나마 화방이라도 차려서,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들에게 화구를 판매하고, 몇몇의 의뢰를 받아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그는 그저 떠돌이 화가에 불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치기였던지, 아니면 타고난 역마살 때문이었던지, 그때의 그는 고향 시골마을을 떠나 어디론가 떠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고, 또 많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었다. 그저 취미였던 그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도 결국 그 떠돌이 생활에 먹고 잘 곳을 구하기 위한 밥벌이로써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렇군. 그래, 그럴 때도 있었던 것 같네.”

  “나 원, 무슨 말인지. 하여간 자네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곤 한다니까.”

  막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빌리는 그저 웃으며 화구가 든 상자를 그에게 건네주었고, 막스는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며, 가게를 나섰다. 딸랑, 하고 다시 가게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2.

  어린 시절의 빌리는 고향의 자그만 시골마을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에 쉽게 실증을 느꼈다. 항해사였던 이웃집 아저씨는 행로가 끝날 때마다 가끔씩 마을로 돌아와 과장된 여행담을 늘여놓곤 했고, 그 앞에서 빌리는 눈빛을 빛내며 이야기를 재촉하곤 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새로운 모험으로 열려있는 신비한 곳이었고,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그 작은 마을에서 어떤 흥미로운 모험도 겪지 못 한 채 한 평생을 지낸다는 것은 어린 빌리에겐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쩌다 마을을 찾아온 어느 한 여행객이 선물해준 지도 한 장과, 나침반 하나는 망아지의 고삐를 풀어놓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며칠 뒤, 매일같이 사고만 치고 다니던 그 망아지 놈이 기어코 부엌 찬장에 숨겨놓았던 비상금을 가지고 튀었다는 아낙네의 경악 어린 외침이 마을 한 가득 울려 퍼졌고, 그 한편에서는 하여간 그 놈, 끝끝내는 제대로 한 건 할 줄 알았다며, 누군가는 껄껄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벌써 언제였는지 셈하기 귀찮아졌을 만큼 시간이 흘렀고, 가진 거라곤 등에 매고 있는 가방 속에 든 여벌옷이랑 잡다한 생필품들, 걸치고 있는 옷과 신발, 손목시계와 나침반 하나뿐인 빌리는, 당시 길을 잃은 상태였다. 고향에서 떠나기 전 받았던 지도는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였고, 틱틱 거리며 이따금 헛도는 시계는 시간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며칠째 찾던 마을은 나오질 않았고 이제 슬슬 먹을거리도 떨어져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항해사였던 자이델 아저씨께 별자리로 방향 찾는 법이라도 배워둘 걸. 빌리는 몇 번을 곱씹어 후회했다. 어쩌자고 바람에 지도를 날려버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어쩌자고 낡은 지도 한 장만 믿고 덥석 길을 나서 버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여전히 집에 돌아갈 마음은 없었지만, 이렇게 산속에서 혼자 수풀을 헤매자고 집을 떠나온 것은 아니었다.


  바스락 바스락.

  사람이 나뭇잎을 밟는 것이 분명한 소리에 빌리는 귀가 쫑긋했다. 워낙 계속 혼자 걸어온 탓에 자신이 내지 않은 소리에 대한 반응이 빨랐다. 저 사람을 붙잡아 길을 물어보지 않는다면 또 몇 날 며칠을 산 속에서 헤매야 할지도 몰랐다. 그는 다급하게 수풀을 헤치고 소리가 난 곳으로 나아갔다.

  “저기요! 거기 혹시 누구 있나요?”




  발밑에 걸리는 수풀을 헤쳐 간신히 빠져나오자, 그곳에는 한 여인이 홀로 서 있었다. 우산인지 양산인지 모를, 햇빛을 가리기 위한 용도인 것으로 보이는 검은 우산을 하나 펼쳐 들고, 여인은 가만히 언덕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깡마른 몸과 어딘지 강해보이는 눈매가, 그리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심해 보이는 표정이 눈길에 들어왔지만, 당시 빌리는 그녀가 누구인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을로 내려가 시원하게 몸을 씻고 따뜻한 밥을 먹고 한숨 푹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프라우(Frau)?”

  한참을 말없이 어딘가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그제야 빌리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 곳에서 사람이 나타날 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마치 그녀의 세상엔 그녀밖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방인이 나타났다는 것 마냥 당황하더니, 그녀는 빌리가 마주보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헤르(Herr)는 누구시죠?”

  되려 당황한 것은 빌리 쪽이었다. 제가 그 쪽을 헤치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하는 말을 꾹 참고 그는 다시 말을 건넸다.

  “제가 지도도 없이 산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혹시 마을로 나가려면 어느 쪽으로 내려가야 하나요? 그리 멀리서 오신 것 같지 않은데,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잠시간 빌리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어디서 어떻게 헤매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산에서 가까운 큰 마을 쪽으로 가시려면 꼬박 사흘 정도는 쉬지 않고 걸어 내려가셔야 될 겁니다. 좀 더 아래의 평지로 내려가게 된다면 마차를 이용하셔서 반나절 정도 걸려 도착할 수 있으실테구요.”


  한참을 헤매 간신히 사람을 찾았나 싶었더니 돌아온 답변이 당혹스러웠다. 이 근방은 본래 그 여인의 가문인 바덴 가 이외에는 달리 사는 이들이 없고, 간간히 바덴 가 저택으로 오가는 마차들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마차라니! 집사나 하녀들이 있는, 그런 귀한 곳에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가 애초에 계획하던 대로 마을에 가 묵으려면 앞으로 또 사흘은 길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그럴 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았다. 빌리는 입술을 축였다. 다른 수가 없어 보였다.

  “비록 이렇게 누추하고 보잘 것 없는 여행객이지만, 혹시 그곳에서 며칠만 여독을 풀다 갈 수는 없을까요? 지도도 잃어버린 상태인데다, 이제 하루만 더 길 위에서 지내면 식량도 떨어질 것만 같아서…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아, 이미 폐인 것 같지만, 보답은 하겠습니다!”

  애써 프라우 앞에서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자 노력하면서 빌리는 웃어보였다. 낯선 이의 등장에 한참을 경계하던 그녀는 셔츠에 걸려있는 이파리나 나뭇가지를 떼어내는 빌리의 모습을 보더니, 도도해보이던 첫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빌리의 손짓이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그녀의 반듯한 모습에 맞추려 하는 모습이 나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은, 어리숙하게 웃는 빌리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택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곳은 저희 바덴 가 사람들만 지내는 지방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외부인에 당황했을 뿐이에요. 며칠 머무는 것 정도야 괜찮습니다. 손님 한 명 정도로 폐가 되진 않는답니다.”

  처음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 얼굴이 빌리를 마주보며 작게 웃음을 보였다.

  “아! 감사합니다!”

  빌리는 열심히 감사인사를 했다. 그녀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빌리는 또 한참을 허둥대더니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그것도 저택이라고 부를만한 곳에 머물게 되는 것은 또 처음이었지만 이런 것도 또 여행을 다니면서 겪는 묘미이지 싶었다. 어쩐지 빌리는 다시금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실렸고, 며칠간의 노숙이나 잃어버린 지도, 고장 난 시계 따위의 문제는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저는 빌리 디트리히라고 합니다. 편하게 빌리나 빌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프라우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빌리는 쾌활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뒤따라오는 빌리를 향해 살짝 고개를 돌려 인사하고는, 말을 이었다.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루이제 폰 바덴이라고 해요. 엘리제라고 불러주세요.”


  이따금 산등선이 쪽에서 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따사롭기보단 따가운 것에 가까웠다. 여름이라고 하기엔 아직 텁텁하니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고, 봄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햇살이 강한 오후였다. 그런 봄과 여름이 공존하는 그 경계 어딘가에서,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났다.





  3.

  그날따라 유달리 빌리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사실 정기적으로 화구를 찾는 손님이야 어느 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편이었다. 처음 화방을 찾은 이들이나 새로운 재료를 찾는 손님들이야 이것저것 많이 살펴보기를 바라고, 여러 가지 질문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평소에 찾던 물품을 추가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시밀리안이 다녀간 이후부터 저녁 해가 서쪽으로 떨어질 때까지 어쩐지 빌리는 쉬지 못하고 넓지도 않은 가게를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어떤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쓸 물품을 대량 주문한답시고 기한도 짧게 잡아두어 매매상에게 연락을 돌려야 했고, 일전에 의뢰받았던 초상화를 하루 앞당겨 받아온다고 인편이 와 평소엔 가게 문을 닫은 이후에 하던 작업을 낮부터 가게 한켠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기어코 막스의 아들 녀석은 재료 하나가 부족하다며 그를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갔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내내, 빌리는 아침에 받은 편지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딸랑, 하고 마지막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빌리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벌써 저녁 해는 지고 없었고, 어둑어둑해진 거리엔 하나 둘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빌리는 다시 편지에, 그리고 그녀의 사진에 생각이 미쳤다.


  처음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동봉되어 온 한 장의 사진은 곧 바로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했다. 인적 드문 산길에 홀로 우산 하나를 펴들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피곤한 와중에도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졌던 기억이 났다. 이미 십 수 년도 더 지난 일이었기에 그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들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바덴 가 저택에서의 시간은 마치 이제까지 잊고 지냈던 그를 질책하는 것 마냥 사진 한 장과 함께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찾아가게 된 바덴 가 저택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으리으리했고, 또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하고 쓸쓸한, 그러나 어떤 규율과 의무가 가득한 곳이었다. 이 시대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귀족가문이었던 것 같았다. 산자락 아래에 자리한, 평화롭고 아름다운 저택이었지만, 그만큼 또 그에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독을 풀기 위해 잠깐 머물고자 했던 그 저택에서, 빌리는 생각지도 않게 오랜 기간을 머물게 되었다. 처음엔 폐가 되지 않도록 이삼일 정도만 머물다 곧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은 너무도 쉽게 흘러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자신이 귀족다운 권위 있는 눈매와 그러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그녀의 표정을 계속해서 좇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늘 일상적인 사람들 살아가는 마을풍경을 주로 그리던 그였다. 아니면 그저 생활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상업적인 용도의 그림을 몇몇 그려서 돈을 받곤 하던 그였다. 그러나 그때 빌리는 처음으로, 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저택에서 언제나 하인들의 시중을 받았고, 가문의 일과 관련된 것이 분명한 호화스런 차림의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빌리로서는 알 수 없는 서류들을 작성하고 또 정리하곤 했다. 그러나 인적 드문 산길에 홀로 우산 하나를 펴들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그 속에서도 언제나 혼자인 듯 보였다. 빌리는 그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무표정에 어떤 파장 하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그것을 마치 그에게 사명감처럼 다가왔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결국 빌리는 그 산 속에서 도도했던 표정에 살짝 스치고 지나갔던, ‘풋-’하고 웃음을 터뜨린 엘리제의 그 미소에 반했었던 것 같다. 빌리는 매일같이 그녀 옆에서 그가 지난 여행 동안에 겪었던 일화들을 이야기했고, 그녀는 처음 들어보는 저택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그가 집을 떠나와 처음 당도했던 마을 여관에서 삼일 뒤 지갑을 잃어버린 일, 어쩔 수 없이 마을 여기저기에 사정해 그림을 팔며 간신히 돈을 모았던 일, 처음으로 새파란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았던 느낌, 바다 위에서 며칠을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행했던 선원들과의 무용담…. 빌리의 이야기는 이따금 과장되었고, 이따금 거짓이 섞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 도리 없이 그런 모험들을 해나간 빌리의 모습에 감탄했다. 이왕 머무는 김에 오랜만에 푹 쉬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며 그녀는 그 앞에서만 이따금씩 살짝 미소 짓고, 이따금씩 편안한 마음을 가지곤 했다. 그러면 또 빌리는 그녀의 그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캔버스 위에 풀어내곤 했다. 마땅한 재료도, 도구도, 혹은 질 좋은 종이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빌리에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연필 한 자루와 낡은 캔버스 하나만 있으면 그걸로 좋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는 반복해서 그녀의 얼굴을 그림으로 담았다. 그녀는 빌리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능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로, 그녀에게 그림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결국, 마지막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간신히 한 장을 건네줄 수 있었지만.’


  빌리는 책상 위의 스탠드를 켜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갔다. 다시 읽어보니 편지는 그녀가 평소에 집안사람들에게 쓰곤 했던 견고하고 빈틈없이 느껴졌던 그 말투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그 저택에 머물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빌리는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혼자 우산 하나를 챙겨들고 산길을 오르곤 할까. 솜씨를 한껏 발휘해 주고 싶었던, 하지만 끝내 서툰 솜씨로 건넨 그녀의 초상화 한 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


  편지에는 다른 감정적인 문구가 없었고, 그는 그것이 그녀다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편지를 보내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눈으로 좇았던, 몇 번이고 반복해서 캔버스 위에 담았던 그녀의 모습을 뒤로 하고 그가 다시 길을 나섰던 것도 결국 그 때문이었다. 아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고, 퓌센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이제야 빌리는 간신히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빌리에게도, 혹은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 때의 빌리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지 않는 평화와 일상만이 남은 삶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녀는 수십 대를 내려와 그녀에게까지 이른 가문을 떠나 일상과 평화를 깨트리는 것이 두려웠으리라. 봄과 여름의 경계선에서 만나, 한 계절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그는 바덴 가 저택의 생활을 견디지 못해 했다. 예의 그 역마살은 머물러 있는, 그 고요하고 정체되어 있는 하루하루를 박차고 나오도록 유혹했다. 그는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고- 그녀는, 함께 떠나자던 그의 제안을 승낙할 수 없었다. 빛나는 여름 아래 황홀이 들었던 빌리의 이야기는, 그러나 그녀의 현실이 될 수 없었으리라. 한 계절의 인연과, 한 계절의 바람이 이미 지금껏 이어온 나무뿌리를 흔들기에는 힘이 턱 없이 부족했다.

  빌리는 한창 마무리작업 중이던 캔버스를 한쪽에 내려놓고선 새로운 캔버스 하나를 짰다. 그리고는 서랍장을 뒤적여 연필 한 자루를 꺼내어 들었다. 그녀가 보내온 편지만큼 고급스러운 종이에, 단정한 글씨를 써내려가진 못 하겠지만,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특별히 전할 소식이나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마 십 수 년을 뛰어넘어 이미 지나온 과거를 현재에 연결시킬 자신은 없었다. 그것은 떠나온 곳을 다시 돌아가지 않는 빌리의 습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 그녀에게 제대로 된 초상화 하나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그에겐 유일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었기에.





  4.

  “엘리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원에서 함께 햇살을 맞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여느 때와 달리 자못 진지한 빌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빌? 무슨 일이죠?”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그는 입을 몇 번이고 달싹거렸지만, 썩 말이 쉽게 나오질 않는지 계속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어떤 결심을 한 듯, 빌리는 엘리제에게 시선을 맞추고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저, 내일 아침 바덴 가 저택을 떠나려고 해요.”

  일순 엘리제의 표정이 굳었다. 빌리는 지나가던 여행객이었고, 그저 잠깐 머물다 갈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며칠 째인지도 잊어버렸을 만큼, 빌 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젖어 그와 함께 보내는 그 새로운 일상이 흘러가면서, 그녀는 짐짓 모른 척 그 시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빌리가 저택을 떠나겠다는 말은 그런 그녀에게 환상 같은 그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시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끔 만들었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달콤한 이야기는 그러나 끝이 분명했다. 빌리는 이곳에 왔던 것처럼 그렇게 또 이곳을 떠나갈 것이었다.

  “…그렇군요.”

  엘리제는 빌리를 붙잡는 말도, 혹은 그 이외의 어떤 말들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이어진 침묵이 빌리는 너무도 답답했다. 어째서 엘리제는 항상 그렇게, 그녀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모든 것을 관조하는 것일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바다를 꿈꾸어본 적이 없는 시냇물과 같았다. 아니 바다를 오직 꿈에서만 그릴 뿐, 나아가는 법을 모르는 나비와 같았다. 빌리는 그런 그녀의 삶에, 좀 더 활기를 주고 싶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뻔히 알면서, 빌리는 희미한 희망을 품고 그녀에게 물었다.

  “엘리제…, 혹시 저와 함께 이 저택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나가보시지 않을래요?”

  “……”

  그러나 이윽고 찾아온 것은 결국 또 침묵이었다. 그녀는 작게, 슬픈 듯이 웃을 뿐이었다.



  다음 날, 빌리는 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많지 않은 짐을 등에 메고,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하늘과 그 아래에 내리는, 이제 완연히 여름내음이 가득 나는 햇살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이곳에서 앞으로의 남은 시간도 보낼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 엘리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가문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의식, 또는 어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지도 몰랐다. 그것은 아마 그가 알지 못하는, 그녀가 살아온 시간만큼 축적되어진 삶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빌리는 그가 엘리제의 삶을 따를 수 없음을, 그리고 그녀 역시 그의 삶을 따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빌리는 엘리제를 보며 처음으로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 빌리는 어렴풋하게- 그것이 아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의 첫사랑으로 남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엘리제를 마음에 품었지만,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 ‘떠남’에의 유혹을, 머물지 못하고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빌리는 그녀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늦봄부터 지금까지 함께 보낸 엘리제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완성시킨 그녀의 초상화였다.

  하지만 빌리는 그것을 전해줄 자신이 없었다. 엘리제의 얼굴을 본다면,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길을, 혼자 조용히 나섰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이 조용히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빌!”

  바덴 가 저택을 넘던 빌리의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제, 엘리자베스였다.

  평소 차려입던 옷은 미처 다 챙겨 입지 못한 듯 가벼운 옷차림으로, 엘리제는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빌리는 가슴이 뛰었다. 엘리제가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빌!”

  “엘리제, 대체 이 시간엔 어떻게…”

  당황한 것이 역력한, 그러나 그만큼 또 반가움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빌 리가 물었다. 그러나 오히려 엘리제 그녀가 더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생소했다. 그러나 창밖으로 저택을 떠나는 빌리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어떻게든 그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떠나는 길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다.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갈 생각이었어요?”

  엘리제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물었고, 빌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인사가 남지 않는 이별에 익숙해져 있던 그였다. 그녀는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눈물이 고여 있는 눈을 애써 휘휘 저으며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저는 이곳 바덴 가를 떠날 수 없어요.”

  “네, 알아요.”

  “비록, 지금에 와 아무런 의미조차 남아있지 않은 과거의 유산일 뿐이라 할지라도 바덴 가는 제게 있어서 지금까지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네, 알고 있어요.

  “빌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코 제게 선택지는 주어지지 못한답니다. 다른 곳에서의 삶이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어요. 당신은 제게 그 세상을 꿈꾸도록 해주었지요. 저는 그것으로 충분해요. 죄송해요, 저는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요…. 그러기에 전, 지나치게 나약하답니다.”


  빌은 가방을 뒤적여, 어젯밤 완성시킨 엘리제의 초상화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그의 그림 안에서, 그녀는 아주 화사하게-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사실 제가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당신의 모습이지만, 지금 엘리제 당신이 제 앞에 있는 것으로 이것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엘리제, 당신에게 이 그림을 선물할게요.”

  빌리는 마지막으로, 엘리제를 다정하게 안았다. 그림을 받아 품에 안은 엘리제는 희미하게 울음을 흘렸다. 하지만 결코 그녀는 빌리를 붙잡지 않았고, 빌리 역시 떠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멈추어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언젠가 다시 또 이렇게 열병에 걸린 것 마냥 길을 떠나지 않고는 못버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마지막으로 그녀를 기억 속에 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잘 지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지 말구요.”

  “빌, 당신도 가는 길 조심해요.”

  빌리는 웃었다. 발걸음을 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끝내- 그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봄의 끝자락에 시작된 만남은 여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렇게 끝이 났다.




  5.

  캔버스 위에는 한 여인의 초상화가 담겨졌다. 사진을 보고, 또 기억을 더듬어 그리는 그녀의 모습이 완벽할리는 없었지만, 빌리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렸던 그녀의 얼굴윤곽이 슥슥 선을 그어나가는 손에 익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당신과의 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요,
  실은 이미 진작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 손 위에서 당신이 여전히 살아있네요.

  초상화 속에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십 수 년 전 그때로 돌아가.




스토리만들기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 과제 때문에 쓴거라 (그래서 제목도 없엉ㅋ) 되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썼는데 발표 땐 칭찬들어서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래봤자 쓰기 귀찮아 했다는 티가 역력히 나는데다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표현들을 시간이 없어서 억지로 쓰다 보니까 맘에 안 드는 부분들이 너무 많지만ㅠㅠ 마지막에 가서는 워낙에 급하게 쓴터라 첫만남을 떠올리자마자 헤어지는 기괴한 이야기가 만들어져 버렸다. (어쨌든 저 마지막 사진 장면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과제를 제출할 수가 없었어...) 그래도 그냥 놔두기에는 좀 아까워서(?) 블로그에 기록으로라도!

글을 하도 안 쓰다 버릇하니까 어떻게 쓰는 건지도 까먹을 것만 같아 ^q^... 예전엔 어떻게 그렇게 신나게 글을 썼었지? 허허... 


'Etc > …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約束)  (0) 2013.03.07
영원  (0) 2008.09.09
A Dream  (0) 2008.08.21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