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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18년 상반기

은유니 2018. 8. 31. 17:12



1. “우주의 시계는 지구의 시계와 다르대요. 그러니까 잠시 (다른) 장(場)에 간 거라고 생각하래요. 그 말을 들으니까 힘이 막 났어요. 거기 잠깐만 계세요. 여기 잠깐만 있을게요. 그리고 우리 곧 만나요, 선생님.” -황현산 선생님 영결식에서


2. 고3 때 집안일 문제로 자주 울고 자주 우울했지만 입시하느라 나 스스로도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지냈는데 작년 담임 선생님께서 자율학습하던 날 조용히 불러내서 "괜찮냐 무슨 일 있냐"고 물었고,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냥 울었던 기억이 있다. 괜찮지 않구나, 겨우 생각했다. 특별하게 나를 챙겨주셨던 것도 아니고 그저 괜찮냐는 말 한마디였지만, 그날의 나는 그 선생님께 많은 것을 빚졌다.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며칠이 있었다. 그래서 줄곧 누군가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나보다 나를 챙기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있지만.


3. 아버지가 나한테 자꾸 "대표랑 싸우지 마라"고 하는데 내가 그냥 저 사람이 싫어서 분노하는 게 아니라 그게 부당하고, 성차별이고, 아닌 건 아닐 뿐이라서 항의하는 건데 대체 얼마나 더 참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 성희롱같은 거도 그냥 넘어가냐"고 하니 "요즘같은 때에 누가 그러냐"고..


당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성차별과 성폭력이 숨쉬듯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어떤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고, 성폭력을 경험했는지 그저 "모두 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엔, 그냥 전부를 몰라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겠지. 그게 서글프고 힘빠지고 지친다. 당신은 티비에 나오는 미투운동을 보고 그런 일들을 알게 되었다만, 단 몇분의 통화만으로도 내가 겪은 일들에 "진짜 그런 일들이 있냐"며 "오래되고 낡은 관습들"이라고 한숨쉬는 당신과, 그걸 직접 경험해야 하는 나와의 간극은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그래도 니가 참아라 원래 다 그런거라고 하지 않고 "그런건 당연히 항의해야지 말도 안되는 일이다"라고 공감하고 함께 화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러나 성차별과 성폭력을 몰라도 되고 그저 내 삶을 살아가도 상관 없었을 그의 시간에 서글픔을 느끼게 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당신의 주변에서부터 실은 가장 가까운 우리 가족 안에서부터 변화를 일으키는 실천을 하길 바란다. "원래 그래왔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왜 제사를 거부하고, 결혼을 거부하고, 때로는 가족을 거부하는지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변하길 바란다.


4. "살아남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


5. “만약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면,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항상 온몸으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시사in <아이를 위한 나라 모두를 위한 나라>


6. "박하야, 있잖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더 많은 일들을 알고 싶어. 퍼즐을 맞추듯, 내가 몰랐던 나의 조각을 찾아내서 그때마다 내가 점점 더 커지면 그 옆에 네가 있어줬으면 좋겠어. 항상 조그만 방 안에 갇혀 있던 나에게, 네가 대신 문을 열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가끔은 밀치고 가끔은 달래고 또 가끔은 끌어 당겨 줬으니까. 마치... 그래, 마치 마법처럼."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7. 요즘 우리가 밥 주는 걸 아는지 배고프면 슬그머니 문 앞에 와서 야옹야옹 운다. 그래도 항상 경계를 풀지 않고 두세발짝 거리를 유지하는데 이렇게 즐겁게 먹는 건 또 처음봐서 너무 귀엽다. 잘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 더워서 고생많지. 그래도 부디 오래오래 살아. 함께 살아.


8. "누군가 내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할 때 눈 앞이 캄캄해지거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험이 있으신 분? 인간이건 동물이건 폭력이라는 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몸이 굳어 버리는 일이 흔해요.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굳죠. 그건 자율신경계에 의한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반응이에요. '들키면 안 된다'는 아주 원시적인 본능이죠. 소근육인 성대나 손가락부터 굳어지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112 버튼을 누르기 힘들 수 있어요."


살아오며 겪은 몇몇 크고 작은 폭력의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 것도 못했던 경험은 내게 오랜 상처와 공포였다.

'내가 못나서가 아니구나. 폭력이 원래 그런 거였어.' -<어쿠스틱 라이프> 252화 평화를 원하거든 하편


9. "나한테 있어선 내가 옳아. 흔들리지 마." -<오늘의 초능력>


10. 가슴이 너무 갑갑해서 이걸 드러내고, 도려내고, 토해내고 싶다. 요즘 주말마다 게임하는 건 젤다가 재밌어서인 것도 있지만 주중에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어서인 게 더 큰 거 같다. 문제를 직시하는 건 항상 하고 있어서, 이젠 그만 직시하고 좀 외면하고 잊고 놀고 싶어서.


11. 이 작가를, 이 작품을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하고 깜짝 놀라는 때가 있다. 이런 작가가, 이런 책이 있었구나 하며 굶주림에 허겁지겁 입안에 음식을 밀어넣듯 숨가쁘게 한권 한권씩 그의 책을 섭렵해갈 때면 놀라움은 경외로움으로, 또 애정으로 변해간다.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 애가 탄다.


올해는 아직 절반도 더 남았지만 지난 반년간 읽은 수십권의 책들 중에서 내게 올해의 책을 꼽자면 단연 박지리 작가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다. 박지리 작가와의 만남은 사실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850쪽의 긴 장편, 새 편집본으로 3권 분할되어 나온 책을 밤을 지새우며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이후 만난 <합체> <맨홀> <세븐틴 세븐틴>(단편)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이전 작품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지고 찾아왔다. 한 작가의 책이 맞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결이 다른 작품들. 하지만 하나같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는 몰입도 높은 작품들.


그리고... 그를 알게 되자마자 그의 부고를 접했고, 다시 한번- 더 큰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만나자마자 헤어짐이라니.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나는 왜 진작 그를 알지 못해서 이제야 만나지 못할 그를 뒤늦게 그리게 되었는가,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박지리 작가를, 그의 작품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에 대해, 책에 대해, 이야기에 대해 나누고 싶은 생각과 감정들이 너무도 많다. 세상이 그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한발 늦게, 그러나 절실하게 바라게 된다.


12.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심장이 된 것 같다. 쿵쾅, 쿵쾅, 쿵쾅. 너무 크게 뛰어서 발 끝까지 저릿저릿하다.

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13. 예전의 나는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을 신봉했고, 오롯이 한가지에 빠져들어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유의미하다고까지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일상에는 여러가지 면모가 있고, 그건 꼭 한가지 얼굴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여전히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미쳐서 미치는 사람을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버린 것. 말하자면 "바쁘더라도 덕질은 하고 살기" 같은 거. ㅋㅋㅋ 엥 결말이 좀 이상한가.


14. 그때 왜 화내지 않았을까 뒤늦게 후회하는 순간들은 어느 여성에게나 있다. 그때는 왜 그게 화를 내도 되는 상황인지, 아니 화를 내야만 하고 법적 처벌을 받을수도 있는 사안인지 몰랐던 순간들이 있다. 그게 언제까지고 심장에 맺혀서 한이 되고, 지금의 나를 마침내 싸움꾼으로 만든다.


15. 나는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았고 당신이 얼마나 버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데, 그저 조금 덜 힘든 일을 했으면 하는 것일 뿐인데, 왜 당신은 내 직업이 무엇이고 내가 얼마나 버는지에 더 관심을 가질까, 내가 이 일이 즐거운지, 힘든지, 혹은 만족하는지 보다도 더. 나는 그저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죽이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고, 더는 도로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즐거움이란 잘 모르더라도 적어도 아직은 불행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삶을 지속할 힘을 빼앗기지 않고 싶을 뿐이다.


16. "그리고 깨달았다. 가진 게 없어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도 맞지만, 어떤 건 가지고 있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도 맞다는 것을. 안제든 엉덩이 붙이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여기저기 씩씩하게 싸돌아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그런데 지금 세상은 그런 부빌 언덕도 없는 사람들더러 자꾸 도전하라고, 한곳에 머물지 말라고 부추긴다."


17. 2주전 주말 다녀온 어느 한강공원의 공중 화장실에는 집념 가득한 구멍이 스무개도 넘게 뚫려 있었다. 몇개는 휴지로 막혀 있었고, 막힌 자리 1-2cm 옆으로 또 다른 구멍이 새롭게 생겨났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어디에서 누가 이곳을-나를 지켜보고 있을지 두려워 잠시도 안심할 수 없다. 새롭게 방문하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를 누군가의 시선에 공포감을 느끼고 살아간 지 너무 오래다. 처벌은 없거나-더디고, 변화와 반성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법 위에 남자가 있고 법 아래에 여자가 있다는 것만큼은 잘 알겠다. 여전히- 참담하다. 비참하리만큼.


18. 오늘도 여성은 배제당하고 살해당하고 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관리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남성이 모조리 도맡고, 여성은 어떤 합당한 이유도 없이 하등하고 부족한 존재로 여겨지고, 나이권력 들이밀며 어리다고 무시하고. 대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냐고.


남녀고용평등은 무슨 플라톤 동굴 안에 있는 이상같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암암리에 다 알고 있고, 그게 뒤늦게/이제서야/이제라도 폭로된 거 뿐이고. 당장 내가 경험한 모든 업계 직장이 다 그렇고.


19. "아무리 고치려고 노력해도 나로 돌아온다. 오늘도 잔잔하게 살련다. 항상 울면서 빌었던 소원이다."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20.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 -한국여성민우회


21.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22.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당신과 함께 행동하겠다’라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미투’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그런 비극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겠다’, 폭력적이고 왜곡된 권력을 휘둘러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성폭력에 대해‘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진선미 의원


23.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아. 나의 이 상태를 나는 이제 잘 안다. 근데 알아도 힘들어. 다 그만두고 싶네.

이해하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나를 정말 모르겠다. 왜 또 울고싶어지는가.


24.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달라졌다. 달라진 우리는 너희들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우리의 구호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25. 어딜가나 "어리다/어려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게 전혀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고 들을 때마다 난감하고 되려 화가 나기도 한다. 어리다/어려보인다=하대해도 된다=전문성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너무 많아. 학생을 벗어나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하네. 한국 사회가 어린 여성을 어떻게 보는지 잘 알겠고 그만 좀 막대했으면 좋겠네.


26. 친구랑 한시간 동안 서로가 겪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채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서로가 그저 피곤해서 이만 자자고 마무리지은 말이 "살아남자".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고, 여전히 우연에 기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도 살아남자. 그말밖에 우리의 대화를 마무리지을 말이 없었어. 살아남자.


27. 전에는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게 감정에 무디고 억압하고 있는 거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와 폭은 한정되어 있고, 이게 지나치게 극대화하거나 다른 부분까지 잠식해들어갈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도 안좋다는 걸 이제는 안다. 물론 안다는 것과 그걸 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서 나는 여전히 서툴고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28. 성희롱도 성추행도 성폭력도 경험해보지 않은 삶이라는 게 어떤건지 나는 도통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트리거"가 당겨지지 않는 무던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마음 상태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극복한다는 게, 이겨낸다는 게 뭘까? 나는 그저 참고, 견디고, 외면하지 않되 다스려나가고, 내 감정패턴을 이해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안고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씻겨져 내려가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안에 항상 잠재돼 있는 불안이고,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이따금 자기파괴의 충동과 우울감이 찾아든다. 나는 그런 충동과 우울감이 찾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몰라. 아직은 모르겠어. 그저 되도록 빗겨가려고, 아니면 또 이러네 하고 견디어 넘기려고, 그저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밖에 몰라.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조차 나는 서툴다.


용기나 지지나 응원이나 또는 자기반성이나 혐오나 모멸감이나 그런 모든 것들이 실은 다 싫다. 나는 물론 끊임없이 분노하고 싸우고 그러다 지치고 도망가고 또 좌절하고 침묵하는 하루하루를 반복하겠지. 그래도 그냥 아무런 트리거도 당겨지지 않도록 아무 일도 없는 무던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29. 추우니까 우울해진다. 살고싶지 않네 정말.

이번 추위 속에 내가 한 생각: 살고싶지 않네. 살기를 포기하고 싶다. 집에 가기 전에 얼어죽지 않을 수 있을까.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데.

집에 오는 길에 결국 너무 추워서 울었어 대체 어떻게 살지


30. 대책 없이 퇴사하면 힘들다. 다른데 간다고 괜찮을 거 같냐. 여기만큼 네 능력 인정해주는 데가 어딨냐. 심지어 이직은 부모님 돌아가신 것만큼 힘들다는 소리까지 들어봤다. 물론 난 힘들었고, 차도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지만, 그래도 돌아서는 건, 쉬는 건 너무나 필요한 결정이었어. 퇴사하기 전 내 상태가 퇴사한다고 마냥 해결되는 건 아니었어. 난 여전히 일주일에 세번을 울었고 새벽 다섯시까지 잠을 못잤고 심장이 아프고 불안해서 이러다 큰일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그래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괜찮은" 상태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강제로 멈춰서 돌아볼 수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퇴사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사실 상담받은 것만큼이나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즐겁게 일하고 있어.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진 나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고통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고통은 살아서도 끝날 거라고 믿는다. 괜찮았을 때의 기억과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숨넘어가듯 울더라도 다독여주고 함께 호흡해줄 이가 있으니까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정말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지난 1~8월의 기록. 일기 다시 쓰기로 해놓고 또 직장 들어가니까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만두게 됐다.ㅠㅠ

글쓰는 거 멈추지 말아야지 해도 그게 의무감이 되고 짐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건 또 싫어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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